2024년 12월 11일
오늘은
어제 찾아갔다 못 찾은
단종의 유일한 혈육인 누나, 경혜공주의 묘를
다시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고양시는
한양에서 가깝고 산지가 많아
서삼릉, 서오릉과 같은 조선 왕가와 사대부들의 묘가 많고
특히 덕양구 대자동 일대에는
대자산과 메조산을 비롯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최영 장군과 성령대군 묘, 성억 선생 묘 등
사대부들의 묘가 특히 많습니다
어제 경혜공주묘 탐방을 목표로
건자산 정상에서 능선길을 내려가며 찾다 못 찾았기에
오늘은 네이버 지도를 바탕으로
많은 사적지 탐방길의 길목인 필리핀참전비로 가서
고양동누리길을 따라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대양로 900m 지나 있는
회전삼거리에서 10시 방향으로 200m쯤에서
좌측으로 보이는 해바라기요양원 옆길로 얼마 안 가
현판에 '충열문'이라고 쓴 빨간 대문 안에
"충민사"라는 현판을 붙인 청기와 한옥이 보이는데
'충민사'는 경혜공주와
해주 정 씨인 남편 영양위 정종의 위패를 모시는 사당으로
정종의 후손인 해주 정씨 정태수 회장이
승승장구하던 1993년 청기와를 얹어 건축했다고
전해집니다
충민사 앞 시멘트길로 100m쯤 더 올라가
작은 계곡 옆으로 녹슨 쇠사슬 담장 안에 세워진 검은색 비석을
자세히 읽고서야 경혜공주의 남편인 정종의 신도비임을
알 수 있었는데
이 신도비는 경혜공주와 남편인 정종의 사연이 가엾어서
해주 정 씨 문중에서 세운 것이라고 합니다
신도비 왼쪽에
오래전에 닦아 놓고 관리하지 않은 듯
물 흐른 자욱과 깊숙이 쌓인 낙엽으로 보일 듯 말듯한
오르막 산길로 200m 정도 더 올라가서
"조선국 경혜공주 지묘"라고 희미하게 쓰인
마모가 심한 묘갈과
상석, 혼유석, 장명등, 문인석 2기, 망주석 등
오래된 석물들이 세워져 있는
경혜공주묘를 찾을 수 있었는데
여느 봉분들에 비해 봉분이 낮아 보이는 것이 특이했습니다
조선시대 가장 비운의 왕가
조선 제5대 임금인 문종과 현덕왕후 사이에서
문종 즉위 전인
1436년 경혜공주가 태어났고
5년 뒤 1441년 남동생 단종을 낳으신 다음날
어머니인 세자빈 권 씨(현덕왕후)는 산후병으로 사망하십니다
형조참판 정충경의 아들인 정종과 혼인한
1450년 아버지가 조선 제5대 문종으로 즉위하고
2년 뒤인 1452년
문종이 승하하며 동생 단종이 즉위하며
단종과 경혜공주의 비운의 운명이 시작됩니다
1453년인 단종 1년 10월 10일
숙부인 수양대군이 계유정난을 일으켜 왕권을 장악하고
경혜공주의 남편인 영양위 정종이
단종 복위와 관련 사육신 사건에 연루되어
혜빈 양 씨, 금성대군 등과 함께 유배당해
수원, 영월, 양근(양평) 등을 거쳐 김포 통진으로 유배될 때
경혜공주도 남편을 따라 유배지로 갔습니다
세조 2년인 1456년 6월 1일
사육신 사건이 터지며
사육신을 비롯해 금성대군 등 많은 이들이 귀양 후 사사되고
1457년 11월 7일 동생 단종이 세조에 의해 살해되고
1461년 남편 정종이 반역죄에 몰려
목과 사지를 밧줄에 묶어 5마리의 소가 끌어 죽게 하는
거열형으로 25세 나이에 사망해
주검이 지금의 서초동 검찰청사 부근에 버려졌다 하고
시신을 찾지 못해
현재 경혜공주 묘 옆에 허묘를 만들고
비석에도 '묘'가 아닌 '제단'이라 썼다고 합니다
그렇게 부모와 동생 단종에 이어
남편까지 잃을 때 26살 나이로 둘째를 임신 중이었고
1462년 딸을 낳아 3살 된 아들(정미수)과 함께 궁궐로 보내고
세상을 등진 채 비구니가 되어 정업원으로 들어가
가난하게 지내던 중
아들 정미수가 성종의 배려로 돈녕부 벼슬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7개월이 지난
성종 4년인 1474년 1월 17일 39세의 나이로
한 많은 생을 마치며
잡목이 우거져 찾기조차 어려운
고양시 덕양구 대자동 산 29, 대자골 야산에
홀로 묻혔습니다
2기의 문인석 중 우측 문인석과
정종의 가묘 앞에 세워진 비석이 쓰러질 것처럼 기울어져 있어
불안한 마음과 함께
안내판도 없는 시골 골짜기에서
관리마저 잘 안되고 있다는 안타까운 생각에
무거워진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중
묘역 입구 양 옆에 심긴 지 오래되지 않은 소나무 사이로
마을 건너편 대자산 기슭에 모셔져 있는
태종의 4남 성령대군묘가 정면으로 마주 보이고
대자산 위로 멀리 북한산 봉우리들의 멋진 풍경이 보여
조금은 덜 쓸쓸하시겠구나 생각하며
안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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